Wish List는 어떤 선물을 받았으면 좋겠다 라고 미리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거잖아요.
겸손을 미덕으로 아는 우리네 정서로는 뻔뻔스럽기 그지없는 행동이긴 하나, 입장을 바꿔서 저는 제가 선물을 해야 할 상황이면 상대가 Wish List를 공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선물을 고르는 안목이 없어서 선물 고르기도 힘들 뿐더러, 소심하기 까지 해서 힘들게 고른 선물을 상대가 좋아할까 사고 나서도 맘이 편하지 않더라구요. 선물은 대부분 상대의 입장이 아니라 자기의 입장에서 고르기 때문에 받는 사람쪽에서 정작 필요로 하는 선물은 받는 선물의 10%도 안된다고 해요. 뭐, 물론 저야 쇼핑도 잘 안하는데다가 안목도 없기 때문에 남들이 주는 선물 대부분을 만족하며 잘 받고 있기는 하지만.. ^^
그런데 Wish List의 이런 본연의 목적때문에 이 코너를 오픈한건 이유의 절반도 안되구요. 진짜 이유는 이것도 일종의 저의 삶의 기록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몇일 전 수첩 정리를 하다가 제가 수첩 한 구석에 Wish List라는 걸 적어 놓은걸 봤어요.
열댓개 정도가 적혀 있는데 그 중에선 이미 손에 넣은 것도 있고, 아직 손에는 없지만 지금도 여전히 갖고 싶은 것들도 있어요. 반면, 내가 이걸 왜 갖고 싶어했지? 하고 의문이 들 정도로 전혀 이상한 물건도 리스트에 들어있더군요. 아마 그 때 상황에선 제가 그 물건을 필요로 했을테죠. 그 이상한 물건 이라는 것 중의 하나가 데생교본 이었습니다. 당시 바로 샀을 수도 있는 책이었는데 절판되어서 구하기가 힘든 책이라 리스트에서 내내 잠만 자고 있던 녀석이었죠. 아마 제가 그 때 그림을 무척 그리고 싶었었나 봅니다.
살다보면 내가 가고자 하는 길로 물 흐르듯 흘러가기도 하지만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물살이 급선회 한다거나, 큰 바위에 부딪혀 물거품으로 사라져 버린다거나, 새로운 물줄기와 합류되어 다시 흘러가기도 하지요. 그런 삶 속에 전 "기록"이라는 것이 내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데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매번 느끼고 있어요. 내가 한때 무엇을 갖고 싶어 했었나 되돌아 보면 잊었던 꿈을 다시 떠올려 볼 수도 있고, 또 현재 내가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가를 보면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건가 그 흐름을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음.. 내용이 구구절절 길어졌는데..
암튼, Wish List를 둘러보시고 적절한 타이밍에 선물을 해주시면 좋구. ㅎㅎㅎ
아하.. 쟤네들(Mani,Tory,shE) 취향은 저런거구나 하고 그저 재미 삼아 보셔도 좋습니다.
* Mani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7-27 1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