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숙희 글,그림 | 보림 | 2000.09 (사진출처:yes24.com)
좋은 창작 동화를 많이 출판하는 보림 출판사와 아름다운 그림과 뛰어난 상상력으로 좋은 창작동화를 많이 발표한 최숙희선생님의 결합만으로도 어떤 책인지 믿음이 가실겁니다.
제1회 보림 창작그림책 공모전 수상작으로 그림과 내용이 모두 충실한 책이에요. 최숙희선생님은 서울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인데 한국적인 스타일과 색채로 그림을 그리구요. 한치의 빈틈도 없이 책 구석구석을 신경써서 꼼꼼하게 그림을 그리기때문에 숨어있는 작은 그림들 찾는 재미도 좋아요. 그런데, 그 숨어있는 그림들도 이유없이 붙어있는 껌딱지 같은 그림이 아니라, 다음 이야기와 연관되어 살짝 맛보기로 보여지는 그림들인데 이게 참 앙증맞네요.
세현이는 책이 많은 편이 아닌데도, 이미 최숙희선생님의 책으로 <열두 띠 동물 까꿍 놀이>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누구 그림자일까?>, 이렇게 세권이나 갖고 있으니 그분의 책이라면 믿고 사셔도 걱정 없을것 같아요.
이 책은 그림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맞추는 내용이에요.
예를들어, 왼쪽 페이지에 우산을 들고 있는 장난꾸러기 소년의 모습이 보여요. 그리고 오른쪽 페이지엔 우산모양의 그림자가 있네요. 누구나가 다 우산 그림자라고 단정 지으면서, 답을 확인 하기 위해 접혀 져 있는 페이지를 활짝 펴보면, 그게 우산의 그림자가 아니라 꼬리가 긴 박쥐의 그림자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뻔한 그림자인데 들춰보면 예상외의 사물들이 숨어 있죠.
장화 그림자는 웅크리고 앉아있는 불독,
화려한 꽃병 그림자는 불가사리를 쥐고 있는 문어가 거꾸로 서있는 모습,
털모자 그림자는 웅크린 곰위에 작은 고슴도치가 앉아있는 모습,
부채 그림자는 날개를 활짝~ 핀 공작.....
얘네들이 정체를 드러낼때
"나야나 박쥐~" 라고 얘기하는데, 세현이는 이 부분을 흉내내면서 너무 좋아해요.
설명이 부족해서, 뻔하고 심심해 보일지는 몰라도 직접 보면 그 아이디어에 놀라게 됩니다. 세현이는 이 책을 하도 많이 봐서, 그 그림자의 정체가 무언지 알면서도 항상 장난을 칩니다.
(털모자 그림자를 보면서)
"엄마, 엄마는 이게 무슨 그림자 같아?"
"(시침을 떼고) 글쎄.. 엄마가 보기엔 털모자 같은데?"
"응. 나도 털모자 같아."
그러고는 얼른 접힌 페이지를 활짝 펴면서 금방 곰과 고슴도치 흉내를 내요.
"아니야. 아니야. 우린 곰과 고슴도치야." 하구 말이죠.
그러면서 깔깔깔 박장대소를 하고 좋아해요.
"엄마도 털모잔줄 알았지? 나도 그랬는데.."하면서요.
알면서도 모르는척, 그렇게 페이지를 뒤집어보며 그림자의 정체를 보는게 너무 재미있나봐요.
그리고, 이 책이 참 꼼꼼한게, 이번 페이지에서 등장한 주인공들이 다음페이지에서 그림자의 힌트를 주는 주인공으로 또 등장해요. 만약, 이번 페이지에서 그림자의 정체가 박쥐였다면, 다음페이지에선 박쥐가 안경을 쓰고있는 그림이 있고, 그 옆에 안경 그림자가 있어요. 물론 안경도 정체는 다른 거죠. 그리고 정체의 주인공들은 전 페이지에 콩알만한 그림으로 모습을 드러내 약간 힌트를 주기도 하는데 그 모습들이 귀엽네요.
그림이 꼼꼼하고 아주 잘 그려져 있어요.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고 수수께끼를 푸는듯한 즐거움을 줄 수있는 아주 훌륭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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