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com에서 이미지 발췌)
무라카미 라디오 | 무라카미 하루키 저 | 권남희 역 | 까치(까치글방) | 2001.10
20세 전후의 젊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일본잡지 <anan>에 매주 한편씩 1년 동안 연재한 50여편의 짧은 글을 묶은 책입니다.
20대 여성들이 어떤 읽을 거리를 원하는지에 상관하지 않고, 뭐든 자신이 흥미있는 것을 마음대로 쓰겠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글을 썼지만, 단, "안이한 단정"이나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하는 강요하는듯한 것도 가능한 쓰지 않도록 했다고 합니다.
비교적 술술 글을 쓸 수 있었고, 좋아하는 것을 마음대로 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그의 저서 <어둠의 저편>에서인가.. 저자후기에서 이런 글을 봤어요.
"나는 몇번이고 읽어도 질리지 않고, 또 읽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다. 다른사람들은 그게 어려운 일이라고 하지만 몇가지 요소만 알면 의외로 자꾸 읽어도 질리지 않는 소설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라고 쓴것을요.
그는 적어도 둘 중 하나인듯.
어떤 것들이 독자들에게 먹히는 것인지 아는 머리좋은 작가 이거나
혹은 그의 감성이나 생각 자체가 이미 독자들에게 먹히는 코드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거나.
A4 1.5page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색다른 시각의 재미있는 글들입니다. 글을 읽다보면 '이 사람은 뭘 그런것 까지 생각하나.. 정말 별난 사람이군'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쁘게 생각하면 쪼잔한 사람이라는 생각까지도 들어요.
예를들면 "불에태우기"라는 제목의 글에선 1970년 무렵 우먼리브운동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여성해방의 상징적인 의미로 브래지어 태우기를 했다고 합니다. 여성을 속박하고 있는 것에서 벗어나자는 것일텐데, 그가 궁금해 하는 것은 불에 태운 브래지어가 새 브래지어였는지, 아니면 어느정도 사용한 것이었는지... "이런걸 생각하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지경 정도는 아니지만 의문부호가 나의 등 어딘가에 옅은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 것이 새것이었다면 낭비요, 쓰던거였으면 브래지어가 안스럽답니다. 마지막까지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살았는데 갑자기 극악무도한 대상으로 몰아부쳐져서 화형식에 이르게 되니 동정이 간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드는 또 한가지 의문. "왜 거들은 안태웠을까?"
양복
장어
홍당무
김밥과 야구장
도넛
과 같은 일반적인 제목에서 부터,
고양이의 자살
세상은 중고 레코드가게
버지니아울프는 무서웠다
성가신 비행기
크로켓과의 밀월
원주율아저씨
골동품가게 기담
처럼 평범치 않은 제목까지 어떤 글이든 모두 평범치 않은 이야기 임에는 틀림없다.
사물이나 삶, 사랑에 대한 열정이 글에 담겨 있는데 <크로켓과의 밀월>은 크로켓을 너무 좋아하는 하루키가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만들어서 냉동실에 얼려두었는데 어느날 정전이 되어 녹아버린 크로켓을 질리도록 먹어치운 일이나, 원주율의 600자리까지 암기하는 60대 아저씨의 이야기, 무계에 눌려 사는 체중계에 표현한 애정들이 그의 인간적인 관심과 감정을 돋보이게 합니다.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한번 더 관심을 갖는 특이한 시선, 독특한 생각 VS 예민하고 쪼잔한 사고... 어떤 것일지는 읽는 사람이 판단할 일입니다.
저는 전자 쪽이랍니다.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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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