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서귀포수산시장과 우도

 

서귀포 수산시장

 

다음날 아침. 삼보식당에서 아침 해결.

식당 주인아저씨께 생선을 살 만한 데가 있는지를 물어보니 가까운 곳에 수산시장이 있다고 안내해 주셨어요.

소화도 시킬겸 대충 둘러보기로 했어요. 서울에 가져갈 생선을 산다 해도 어차피 지금은 살 수가 없으니까요.

제주군청 오거리(명칭이 중앙동 오거리 인가.. 그랬어요.)에 있어서 걸어가면 되요.

(참, 특이한게 제주도는 신호등이 별로 없어요. 오거리에서도 눈치를 봐가면서 좌회전을 해야 한다니까요.)

일요일이고,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시장이 한가했지만 제주도에서 유명한 바닷생물들은 다 있네요.

고등어와 한치가 보이구요.

제주 은갈치도 보입니다. 눈부시게 빛나는데.. 이렇게 빛나는 갈치 서울에선 못본거 같아요.

이 외에도, 삼보식당에서 먹었던 자리젓의 주인공 자리라는 생선도 실물로 봤어요. 손 바닥보다도 작은 생선이네요.

전복은 자연산이라고 13만원이나 부르더라구요. 헥.

 

우도 가는길, 여객선 터미널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겨 차에 올랐습니다.

Mani의 의견대로 오늘은 우도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어요.

Mani가 신혼여행 왔을 때 가장 좋았던 곳이 바로 우도였거든요. 그 때는 아침 일찍 성산일출봉에 올라 일출을 보고, 바로 옆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우도에 갔었죠. 오늘은 이미 시간이 늦어서 성산 일출봉은 못가구요. 바로 우도로 가려고 해요.

 

12번 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계속 가면 성산이 나옵니다. 우도에 가려면 성산항에서 배를 타야 되요.

6시 방향에서 3시방향으로 이동해 가는 셈인데 1시간 이상 걸리는.. 가까운 거리는 아닙니다.

12번 도로는 해안에서 제일 가까운 도로라서 곳곳에 해변도로와 연결되요. 해변을 바로 옆에 끼고 달리는 도로죠.

 

가는 길에 신영제주영화박물관이 있던데, 마침 그 때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해서 사진 한 장 못찍었어요.

박물관 안에 들어가진 않더라도, 바깥 광장에서 사진 찍기 좋을 것 같던데.. 이 영화박물관도 바닷가 근처에 있죠.

바로 옆에 편의점이 있길래(반가운 편의점^^) 생수와 우유등 먹거리를 좀 사고 다시 성산을 향해..

 

도로변이나 해안 바위 위에 듬성듬성 미역들이 널려 있어요.

햇볕에 말리는 건 좋은데 지저분하게 아무데나 널어놓고 말리더라구요. 사람이 먹는건데 저렇게 아무렇게나 다루다니..걱정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저 미역들은 식용이 아니라 공업용으로 쓰인데요. 미역에서 요오드를 추출한다고 하네요.

휴. 걱정 놓았네. 쓸데없이 걱정이 많죠?

 

샤인빌리조트를 지나 표선해수욕장 방향의 해변도로에는 검은돌위에 사람들이 층층이 돌맹이들을 쌓아놓은 것들이 장관을 이뤄요. 이 쯤에서 차를 세우고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11시 40분경, 드디어 성산항에 도착했어요. 뒤쪽으론 성산일출봉이 멋지게 도드라져 있어요.

비가 조금씩 내리네요.

 

차를 가져가려고 알아보니 차량 한 대당 도선료가 2만원이래요.

그리고, 차를 실은 배하고 사람이 타는 배하고 우도까지 가는 시간이 틀려서 사람따로 배따로.. 뭐 이런식으로 가서, 차가 먼저 간대나 사람이 먼저 간대나..차를 가져가려면 1시간 기다려야 한다고도 하고.. 하여간 복잡하더라구요.

그래서 차 가져가는 것은 포기. 주차장에 세우고 여객선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죠.

(그런데 나중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어요. 배에 한번에 실을 수 있는 차량 수가 9대에요. 사람이야 많이 탈 수 있지만... 피서철이라 차량이 많이 밀려 있기 때문에 차례를 기다렸다 가려면 1시간 이상이 걸린다는거죠. 혹시 차를 가져 가실 분들은 미리 가서 대기 하셔야 합니다.)

 

우도가는 표를 끊는데, 이 것도 여간 복잡한게 아니네요.

11명의 주민등록 번호와 주소, 연락처까지 일일이 적어서 승선신고서를 작성해야 표를 살 수 있어요. 비용은

 

승선료 (왕복) 어른 4,000원X9명=36,000원

(어린이는 만24개월 미만만 무료 인데, 세현이와 재흔이는 표 사라는 말을 안하더라구요.)

대합실 이용료 500원X9명=4,500원

우도입장료(2001년 1월부터 입장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대요. 청소료 라는군요. 차를 가져 가는 사람은 입장료를 더 받아요.) 성수기(5~9월) 1,500X9명=13,500원

 

이러다 보니 5만원이 넘어 버렸네요. 카드로 계산했는데 대합실 이용료만 현금으로 받더라구요.

승선료와 대합실 이용료는 같은 곳에서 계산하고, 옆쪽 창구로 이동해서 우도입장료를 따로 내고 표를 받습니다.

아이구 복잡!!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우도 입장권은 아무도 검사를 안했던 것 같아요.

배 탈 때는 배 승선권 검사를 했지만, 우도 입장권은 배를 탈 때도, 내려서도 검사를 안했어요.

그렇다면.. 얼렁뚱땅 표를 안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도의 버스관광

 

배를 타고 15분 정도 갔나요. 가깝기 때문에 경치를 구경할 여유도 별로 없어요.

우도에 도착하니 12시 30분쯤 되었어요.

우도는 가장 높은 우도봉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 소가 누워있는 모습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래요.

멀리서 봐도, 소가 누워있는 모습 같아 보이네요.

(근데, 저 사진이 우도인지 성산일출봉인지.. 당체 헛갈려요. 성산일출봉인가?)

 

차를 안가지고 온 사람들은 버스 관광을 할 수 있습니다. Mani의 기억으로는 버스관광이 좋았어요.

기사아저씨들이 우도의 명소를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도 해주시거든요.

그런데 Mani가 신혼여행을 왔던 2000년도에 비해서 우도도 많이 상업화 된 것 같네요.

그 때는 비수기탓도 있지만 사람도 많지 않고, 버스도 몇 없었거든요. 한적한 시골역에 온 느낌이었어요.

기사 아저씨들도 얼마나 순박하신지 우도에 관한 소소한 얘기도 다 해주시고..

 

그런데 지금은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버스관광회사가 대형화 되어서 버스 수도 많고, 기사아저씨들도 형식적으로 설명을 해주시더라구요. 요금도 전엔 3천원이었는데 지금은 5천원이에요. 물가가 인상되었다고는 하지만, 인원수가 많으니 그것도 적은 돈이 아니더라구요. 버스비로만 4만5천원이 드니까 차라리 차를 가지고 올껄..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버스에선 우도 소개를 해주니까... 그걸로 위안삼기로 했죠. (그리고 우도는 길이 좁아서 운전하는게 쉽지 않아요.)

 

또 하나, 버스 관광의 좋은 점이 있어요.

우도 내의 명소에 내려 주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얼마든지 맘대로 시간을 보낼 수가 있어요.

버스들은 계속해서 돌고 도니까, 이번 버스가 가버려도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면 되는거죠.

표만 잘 간직하고 있는다면 관광버스를 우도 내에서 이동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답니다.

 

참고로 저희는 9명분을 한 장으로 끊었더니 나중엔 불편을 겪기도 했어요.

일행이 나뉘어서 움직일 때가 있었는데, 어떤 버스 기사는 꼼꼼히 표를 검사하는거에요. 표를 갖고 있는 일행이 다른곳에 있어서, 그 사람이 올 때까지 버스를 못타기도 했답니다.

 

우도봉

* 우도 팔경 중 하나 지두청사(지두의 푸른잔디)

우도봉에서 우도의 전경을 한눈에 바라보는 것

 

버스를 타고 맨 처음 도착한 곳은 우도봉.(이 때가 1시 30분)

우도에서 가장 높은 곳이에요. 여기 올라가면 멀리 바다 건너 성산일출봉(우리가 배를 탔던곳)도 보이고, 밑으로는 우리가 내렸던 배 선착장도 보여요.

위의 사진을 찍은 위치 까지만 올라와도 숨이 가파요.

그런데 힘이 닿는다면 저 꼭대기 우도봉 등대 있는 곳 까지 갔다오면 좋겠네요.

(그 뒤쪽이 잠시 후 가게될 검멀레.. 절벽입니다)

전 세현이 때문에 못가고 아빠랑 삼촌은 거기까지 다녀오셨는데, 그 쪽에 잠수함 타는데가 있나봐요. 잠수함 구경 하고 오셨다고 하시더라구요.

 

을 탈 수도 있어요. 한번 도는데 만원이던가.. 그랬던 것 같아요.

 

검멀레

 

이미 점심시간이 지나서, 검멀레에 내려서 점심을 해결했어요. 처음 들어간 큰 식당은 아주 불친절해서 기분만 상해서 도로 나왔어요. 대신, 버스가 섰던 정거장 바로 앞쪽에 구멍가게에 붙어 있는 식당으로 갔는데, 규모가 작고, 관광객들 상대로 하는데니 음식이 그저 그렇겠거니 했더니 그게 아니었어요. 매운탕과 문어볶음을 시켰는데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작다고 우습게 보지 말지어다.

* 우도 팔경 중 둘 동안경굴(동부해안의 고래굴)

콧구멍 이라 불리는 굴인데 썰물 때 드러나는 굴로, 둥굴 안쪽으로 고래가 들어갈 만큼 큰 공간이 있다

 

검은 모래가 특색인 검멀레에요. 해변으로 가려면 계단으로 통해 절벽 아래로 내려가야 해요. 사진에서 사람이 아주 작게 보이죠.. 한참을 내려가야 한답니다.

이 곳의 검은 모래는 한참 더울 때는 온도가 50도 까지도 올라간다고 하니, 찜질 효과가 있을듯.

 

참고로 우도에는 3개의 해수욕장이 있는데 모래가 다 특색있어요. 검멀레는 검은모래, 서빈백사는 산호모레, 하고수동 해수욕장은 아주 고운 모래에요.

 

사진에 보이는 동굴이 우도팔경중 하나인 동안경굴인데 썰물 때는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어요. 사람 1000명이나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크다네요. 여기서 가끔 동굴음악회도 열린다는데 너무 멋질 것 같아요.

내려가 보고 싶었지만, 마침 세현이가 잠들어서 못가봐서 아쉬웠어요.

역시 검멀레 쪽에서 본 광경인데요. 왼쪽편 비스듬한 바위의 모습이 꼭 사람 옆 얼굴 같죠.

저 바위들이 후해석벽 같아요. 후해석벽을 제대로 보려면, 저 반대편 쪽에서 봐야죠.

 

* 우도 팔경 중 셋 후해석벽(바위 절벽 경관)

우도의 뒤쪽 바다에 외돌과 절벽이 어우러져 바다에 잠긴채 자아내는 풍경이 일품이다.

사진에는 표현이 안됐는데, 저 멀리 절벽위의 풀들이 바람에 따라 살랑 흔들리는게 파도타기 하는 듯이 보였어요.

너무 부드럽게 사그락~ 늬여지는 풀들이 참으로 보드라왔어요.

검멀레도 해수욕 할 수 있다고는 하는데 수영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구요.

한쪽편에 푸른 물 속에서 수영을 하는 몇몇 젊은이들이 있었는데 검은돌과 어우러진 짙푸른 바닷물이 참 시원해 보이더군요.

 

하고수동 해수욕장과 서빈백사

 

산호초 해수욕장인줄 알고 잘 못 내린곳이 하고수동이었어요. 산호초는 더 가야 한다고 기사아저씨가 안내까지 해주셨는데, 버스 앞쪽에 앉아계시던 어른들이 해수욕장을 보고는 반사적으로 내리시는 바람에 얼떨결에 내리게 되었어요.

어차피 후발대 일행을 만나야 했기에 여기서 앉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혹시 길이 엇갈리는 것 아닐까 걱정해서 전화를 했더니 후발대 역시 하고수동을 우리가 가려고 했던 해수욕장인줄 알고 근처에 내렸다고 하더라구요.

조금 떨어진 곳에 내려서 해변을 따라 걸어와서 우리를 만났죠.

Mani는 하고수동이라는 해수욕장이 있는지도 모르고, 산호초 해수욕장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해수욕장에 반드시 가야한다고 주장했으니, 다들 여기가 거긴가 보다 하고 생각했을만 하죠. 그냥 여기서 놀라고들 하시는데, 여긴 별로 안좋아 보였어요. 그래서 부득부득 산호초 해수욕장으로 이동했죠.

 

버스관광 코스에 새로운 코스가 생겼더라구요. 우도 박물관이라는게 생겼어요. 하고수동에서 서빈백사로 이동하는 중간에 있어요. 폐교를 박물관으로 개조한 것 같아요. 여기서 사람들 엄청 내리더라구요. 우리는 해 지기 전에 바다에 들어가야 하니까 박물관은 생략.

* 우도 팔경 중 넷 서빈백사(하얀 산호백사장)

 

여기가 서빈백사 예요. 앗, 그런데 막상 와보니 Mani의 기억속에 있던 산호 해수욕장이랑 뭔가 많이 틀리네요.

해수욕장은 작고, 또 산호는 별로 매력적이지도 않고...

다들 "얼라라.. 이게 뭐람"하는 분위기.

차라리 하고수동이 더 낫다는 둥... 반응이 영 썰렁했습니다.

제가 봐도 그렇네요.

동생은 "협재~협재~" 노래를 불렀었는데, 동생 기억속의 "협재해수욕장"과 제 기억속의 "서빈백사"의 1라운드 대결에서 일단 서빈백사가 패한 것 같습니다. 협재는 아직 안봐서 비교가 안될진 몰라도...

그래도 왔으니 물놀이를 하긴 해야죠. 어른들은 멀찌기 떨어져 우리가 물놀이 하는 동안 기다려 주신다고 하고..

먹구름 까지 끼어서 조건이 좋지는 않았어요. 물이 깊지도 않아서 동생들은 재미 없다 하고.. 아이들은 물에는 안들어 가고 모래 놀이만 하고...모래가 산호이다 보니 달라붙지는 않아서 좋네요.

이곳은 동양 유일의 산호해수욕장으로 산호는 제주도의 보존자원이라 함부로 유출할 수 없어요.

영화 "시월애"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저기 성산일출봉도 보이네요.

바다 건너 종달리 쪽으로는 크고 작은 오름들도 보여요. 날이 맑았다면 그것 역시 장관이었을 텐데..

하고수동이나 서빈백사나 CF 촬영지로 많이 이용될만큼 산호빛 바다가 아름답다는데 오늘따라 왜 이리 실망스러울까.. 생각해보니 정답은 "태양"이었어요.

오늘 먹구름 끼고 비도 왔잖아요. 바다빛이라는게 바다의 깊이와 태양광선의 파장에 따라 달라지는게 아닌가요.

햇빛을 받아야 아름다움을 드러내는데.. 오늘은 햇빛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리도 실망스러웠던거죠. 날씨가 받쳐주었다면 좋았을 것을...

 

우도에서 나오는 배

배는 6시 30분이 막차래요. 그래서 서둘러 5시 30분쯤 배를 탔습니다. 빗방울이 제법 굵어졌어요.

선착장에는 비를 피할 만한 곳이 없어서 그대로 비를 맞을 수 밖에..

사람이 먼저 타고, 차를 차곡차곡 아홉대를 싣습니다.

그런데, 저희 차 안가져가길 정말 잘했어요. 막차시간이 가까워 오니까, 배를 타려는 차들이 엄청 몰려서요 그 줄이 우도를 거의 한 바퀴 돌 정도에요.

한번에 아홉 대밖에 못 싣는데.. 대체 저 사람들은 언제 배를 탈 수 있을지...깜깜하더군요.

 

다시 성산항으로 돌아와 차를 타고 성산 일출봉 쪽으로 나오니 마침 썰물 때여서, 사람들이 조개를 잡더라구요.

거기가 어디였는지.. 모르겠는데, 나중에 지도를 보니 그 근처에 종달리 조개잡이어장이라는 곳이 있던데 혹시 거기가 아닌지.. 비만 안오면 가서 조개도 잡고 싶었지만, 시간도 늦고 해서 바로 12번 도로 타고 숙소 방향으로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