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중문해수욕장과 롯데호텔

 

중문해수욕장

 

늦은 점심을 먹고, 배를 든든히 하고는 바로 중문쪽으로 이동했어요.

해가 지기 전에 해수욕을 하기 위해서요.

중문해수욕장 거의 다가서, 중문컨벤션센터 근처에서 길을 잘못 들어 방파제 쪽으로 가게 되었어요.

이왕 들어선김에 차를 잠깐 세우고 바다를 구경했어요. 햇살이 너무 따갑네요.

아이들은 이동 중 차안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빨리 바다에 가자고 성화였어요.

바로 옆에 있는 중문해녀의집입니다. 제주도 내에는 해녀들이 직접 운영하는 해녀의 집(오조리, 세화 등..)이 여러군데 있는데, 이 곳은 중문관광단지에 가까이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나봐요. 인터넷에서 평가가 좋더라구요. 제주도 가면 꼭 들러서 전복죽과 문어를 먹고자 메모까지 해두었는데 위치가 어디인지는 몰랐었거든요. 그런데, 우연히 찾게 되다니..

그러나 이미 점심을 먹고 와서 더 이상 뭘 먹을 수가 없었어요. 아쉽지만 다음기회에..

 

그런데, 제 동생이 여기를 잘 알고 있더라구요.

예전에 제주도에 친구들이랑 놀러왔을 때 이 근처에서 고깃배를 빌려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많이 잡았는데 먹을 수도 없고, 처치할 수도 없고 해서 선심쓰면서 해녀의 집에 갖다 주었더니 해녀님들이 대수롭지 않게 받아 들더니(이런 고기는 여기서 널리고 널렸다는 듯이..) 그래도 고맙다고 전복죽 한그릇씩을 주셨대요. 그 때 그 전복죽 맛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 때는 무슨 식당인지도 모르고 얼떨결에 들어갔는데 기억을 떠올리니, 그 때의 해녀의집이 바로 이 집이었던 것 같다고 해요. ^^

이 쯤에서 일행이 둘로 나뉘어 지기로 했어요.

어른들은 해수욕에 별 관심이 없다시며 우리가 해수욕하는 동안 다른곳을 둘러보겠다고 하셔서요.

그래서 젊은(?)사람들 끼리만 중문해수욕장에 가기로 했어요.

해수욕장 입구로 가니 주차비를 받아요. 처음 1시간에 3천원, 이후 30분당 천원이래요. 어차피 오래 있을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차비 내기가 아깝잖아요. 어떡할까 고민하면서 슬슬 주차장으로 진입하고 있는데 안내원 왈

"지금 파도가 세서, 물에 못들어 갑니다. 발 담그는 정도만 할 수 있어요.."

그러는 거에요. 들어가지도 못하는데 주차장에 차를 세울 필요가 없죠.

 

차를 돌려 하얏트호텔로 갔어요.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뒷길로 들어가려구요. 중문해수욕장 앞쪽에 있는 하얏트, 신라, 롯데호텔에서 해수욕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뒷길이 있고, 호텔 주차장은 무료이니 이 방법으로 가는게 더 좋죠.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 하얏트호텔이에요. 중문해수욕장에서 제일 먼 하얏트에 차를 세웠네요.

호텔 이용객도 아닌데 뒷길로 가다니.. 소심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먼 곳에 세우면 눈치가 덜 보일 것 같은 생각에 하얏트 주차장 구석에 차를 세워두었어요. 그런데 눈치 볼 필요 전혀 없어요. 그냥 신라나 롯데에 세우고 가는게 더 가깝고 좋아요.

하얏트 호텔에서 중문해수욕장까지 이어진 길이에요.

열대 야자수도 있고, 중간 중간 쉼터를 만들어 생수도 먹을 수 있고, 길은 참 잘 해놓아서 산책하기도 좋은데 해수욕장까지 한참 걸어야 해요.

드디어 중문 해변이 보이기 시작.

파도가 세긴 하더군요. 원래 중문은 파도가 세서 파도타기하기에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더 했나봐요.

깊이 못들어가고 모래와 바다의 경계쯤에 앉아서 파도 맛사지를 받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파도가 한번 왔다가면 모래가 푹푹 꺼집니다. 아주 부드러운 모래에요. 파도를 맞고, 모래 속으로 사르륵 스며들어가는 느낌도 좋아요. 그런데 모래가 몸에 달라붙는 종류라서, 나중에 모래 떼내는게 일이었어요.

물로 씻어도 잘 안떨어지더라구요.

 

중문은 3개의 특급호텔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중상류층 가족이나 신혼부부들이 많아요.

(동생 말을 빌리자면)젊은층이 많아서 물도 좋대요.

잡다구리한 노점상 같은거 없구요. 휴양지 다운 느낌이에요.

 

특히 해변에서, 호텔측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 더 좋답니다.

그늘막을 쳐 놓은 휴식처엔 생수통이 구비되어 있구요. 탈의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그리고 호텔까지 거의 다 오면 몸을 씻을 수 있도록 수도시설이 잘 되어 있구요.

그 모든 시설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으니 좋죠.

 

롯데호텔

 

날이 흐리고, 바다도 깊이 못들어가니까 별 재미가 없었어요.

일찌감치 바다에서 나와서 어른들과 연락하니 롯데호텔 정원에 계시다네요.

롯데호텔 바로 옆에 있는 한국콘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뒤쪽으로 해서 롯데호텔로 들어갔어요.

하얏트, 신라, 롯데중 롯데가 가장 최근에 생겨서 시설은 빵빵한데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왠지 조잡한 느낌이 드네요.

신혼여행때는 신라에서 묵었는데, 신라는 격조나 품위가 느껴졌었어요. 롯데에선 그런게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롯데는 저 풍차가 유명하죠. 드라마 올인을 찍은 이후라서 그런지 이병헌과 송혜교가 <올인>을 찍은 장소라며 여기저기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어요.

 

목이 말랐는데, 호텔이라서 수퍼나 편의점이 없었어요. 그런걸 사려면 한참을 나가야 하죠.

급한 대로 아이스크림을 사 주었는데, 세현이가 잘 먹지도 않아서 제가 다 먹어치우느라 고생.

자꾸 쭈쭈바 사달래는데 애먹었어요.

 

롯데호텔에서는 매일 오후 8시 30분에 화산쇼가 열리는데요. 이왕 온김에 그걸 보고 가면 좋을 것 같아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그런데 8시 30분까지는 한참을 기다리게 생겼네요. 우선 화산쇼가 어디쯤에서 하는지 위치를 확인해 둬야죠.

야외부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인데, 야외인지라 자리만 잘 잡으면 뷔페를 이용하지 않고도 무료로 볼 수가 있는거에요. 이미 볼 만한 자리는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더라구요.

 

친정엄마 말로는, 돌아다니다가 우연찮게 뷔페에 들어갔는데 그 때가 막 오픈할 때여서 그런지 입장 검사를 안하더랍니다. 음식이 차려져 있어서 무슨무슨 음식이 있나 쭉~ 둘러보기도 하셨데요. 그게 유료 뷔페인줄 알았으면 그때 먹을걸... 하고 웃으셨답니다. 엄마 말 듣고 그제서야 가보니, 그 때는 입장 체크도 하고, 사람도 엄청 많았어요.

화산쇼 할 시간까지 기다리면서 돌아다녔죠.

야외수영장인데, 얕은 물에서 아이들이 물장난을 쳐요.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판이 있지만 무시하고..

세현이가 되게 좋아했어요.

오리보트도 구경하고, 야외부페도 밖에서 구경하고(남 먹는거 쳐다보니 군침이 저절로..),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니 어둑어둑 해지면서 어느덧 화산쇼 할 시간이 되었네요.

그런데 평지에선 아무래도 안보일 것 같았어요.

잘 보일 만한 데가 어디 있을까.. 위쪽을 보니, 호텔건물 중간층 쯤에 야외 테라스가 있는데 거기 사람들이 좀 있더라구요.

거기면 잘 보일 것 같아 호텔로 들어갔죠.

6층이 호텔 로비라서, 지상 주차장이랑 연결되어 있어요. 반대쪽은 이렇게 6층건물 높이이구요.

테라스로 나갔습니다. 불도 들어오고 야경이 멋진데, 화산쇼는 오른쪽 편으로 보여서 몸을 틀어서 봐야 되요.

그럭저럭 보이기는 하는데.. 나중엔 사람들도 많아져서 자리잡고 보기도 힘들고, 또 아이들이 무섭다고 야단들이었어요.

폭포가 떨어지는 절벽 같은 곳에 불꽃이 튀고, 조명으로 만들어진 괴물 얼굴(홀로그램?)이 바위에 나타나요. 동생들은 용가리 쑈라고 유치하다고들 하고..

음악이 쿵쾅 거려서 그러는지 아이들은 무섭다고 보기 싫다고 울고불고 난리였답니다.

그래서 실내로 들어와, 화산쇼가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쪽으로 이동했어요.

(롯데는 ㄱ자 모양으로 생긴 건물이거든요. 모퉁이를 돌아 반대방향 건물로 간거죠.)

거기 로비엔 의자도 있어서 편하게 앉아서 볼 수 있지만, 실내라서 음악이 들리지 않으니 그게 또 싱겁네요.

 

결국 화산쇼라는걸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기대했던 것보다 별로였어요.

대신 호텔에 들어가서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우리가 보기에 호텔 고객이 아닌 사람들도 꽤 많았는데 직원들은 곳곳에 서서 친절하게 인사를 하고 미소 짓는거에요.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직원들이 모두모두 친절.

기분이 좋았답니다. 동생들이 주차장에 차를 가지러 간 사이 로비의 소파에 앉아 좀 쉬었어요.

누구 하나 간섭하는 사람 없으니.. 이래서 호텔이 좋긴 좋군요.

 

숙소로 돌아가는 길.. 9시가 넘었죠. 저녁을 아직 못먹었는데..

해변쪽으로 가서 괜찮은 횟집을 많이 발견했어요.

어느 바닷가에서는 오징어 잡이배의 환한 등불을 불빛 삼아 맨 바닥에 돗자리 펴놓고 회를 먹는 사람들도 봤어요.

그런데서 저녁을 먹었어도 좋았을 것을..

앞장섰던 어른들 차가 그냥 지나쳐만 가시는 바람에 결국 숙소까지 다 와서 삼보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말았죠.

앞차를 운전했던 삼촌이 예전 제주도에 왔던 기억으로 괜찮은 식당을 찾아내셨고, 그 근처까지 갔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차는 안세우시더라구요.

 

이렇게 제주도에서의 첫날을 마무리 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제비를 많이 보았어요. 도심에선 사라진지 오래인데.. 어느 시내로 들어서니 전깃줄에 새까맣게 제비들이 줄지어 서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몇 년만에 보는 제비인지 신기하더군요. 한편으론 너무 많아서 무섭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