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조용한 여행지에서 편안함을 찾은 서산

 

여름휴가를 겸한 모처럼의 여행

2003년의 반이 지나도록 여행을 한번도 못 갔습니다. 그리고 여름 휴가철도 그냥 지나갔고요. 그럴만한 개인적인 이유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여름을 보내기는 아쉬웠습니다. 그러던 중 광복절을 끼고 모처럼 자투리 휴일을 얻었고, 우리는 하루코스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하루만에 다녀올 수 있는 테마여행 코스를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대여섯가지 골라 본 다음, 그 중에서 한곳을 선택한 게 바로 <태안 갯벌 체험과 개심사 여행>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여행은 서산 해미읍성 - 개심사 - 갈음이 해수욕장 - 안흥항 유람선 코스가 되었습니다.

 

가는 길

여름휴가의 막바지라서 도로가 막힐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조금 무리를 해서 일찍 일어났습니다. 아이스박스에 시원한 음료수와 비상식량 등을 채워 넣고 잠든 아이를 들쳐업고 집을 나선 시간이 새벽 5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중간에 휴게소에 한번 들러 준비해온 소세지 빵으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잠시 쉰 후 다시 출발. 도로는 막힘 없이 뚫렸습니다. 1차 목적지는 해미 읍성. 해미IC를 빠져 나와 우회전을 하면 바로 해미 시내가 나옵니다. 그렇게 우회전을 세 번정도 하니 바로 해미읍성이 나오더군요. 해미읍성은 시내에 있고, 해미IC에서 아주 가까웠습니다. 이 때가 오전 7시경.

 

해미읍성

막힘 없이 단숨에 온 것은 좋았지만, 너무 일찍 도착한 것 같아요. 토요일 아침 7시 30분, 한 시골 읍내의 풍경이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고 몇몇 보인다 해도 아침운동 나온 동네 분들뿐이었습니다. 관광객은 우리뿐이니 카메라 들고 돌아다니는 게 민망스러울 정도였습니다.

해미읍성은 조선시대에 돌을 쌓아 올린 성으로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귀중한 유적지입니다. 아랫돌은 큰돌, 점점 위로 올라갈수록 작은 돌을 쌓아 균형감과 짜임새 있게 만든 성을 보고 있노라면 옛날 선인들의 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이 무거운 돌을 하나 하나 쌓을 수 있었을까.. 감탄하고 있으려니 Tory는 한술 더떠, 신기한게 어디 이것 뿐이겠느냐,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상상도 못할 일 이라며 미스테리한 표정을 짓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옛날 사람들은요..

이 곳은 또한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된 성지로도 유명해서 매년 수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찾는다고 합니다. 옆에 보는 사진은 600년된 호야나무인데 이 나무에 천주교도들의 머리채를 매달아서 심하게 고문하고 처형했다고 합니다. 그 때 박힌 철사줄이 나무에 남아 있다고 하는데, 보이지는 않더군요. 이 나무 바로 옆에는 천주교도들을 가두어 두었던 감옥터도 남아 있습니다. 건물은 없고, 감옥이 있던 자리였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는 휑휑한 풀밭입니다. 불과 100여년 전에 그런 끔찍한 사건이 이곳에서 일어났다니..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면서 나무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한기가 느껴졌어요. 그 주위에 억울하게 죽은 천주교도들의 영혼이 깃들어 있을 것 같아 조금은 무서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옛날에는 성 안에 마을이 이루어져 있었다고 하는데, 읍성보호 차원에서 모두 철거해서 지금은 그냥 넓은 풀밭만 남아있습니다. 천주교 박해와 관련된 역사현장만 몇몇 있을 뿐 솔직히 볼건 아무것도 없더라구요. 관리안된 풀밭도 널려있고.. 하여간 느낌은 그랬어요. Tory는 해미읍성에서 너무 실망해 Mani가 짠 오늘 일정이 불안해 지기 시작합니다.

 

그냥 나가기가 아쉬워 성곽 위에 한번 올라가 보기로 했어요. 5m도 안되는 낮은 높이의 성에 올라가면 흙길을 따라 성둘레를 빙 둘러볼 수 있어요. 물론 2km나 되는 성을 다 둘러볼 수는 없지만, 저 쪽 망루 까지 정도는 걸어 볼 만 하죠. 그런데 한 사람 정도만 걸을 수 있는 좁은 길이라서 세현이 손을 잡고 걷기는 힘들었습니다. 성따라 걷는건 포기하고 들꽃 감상하고, 성안을 휘~ 둘러본 후 성을 내려왔습니다.

 

해미읍성은 천주교도라면 한번쯤 와볼만 하고, 다른 곳에 가다가 시간이 나면 잠깐 들를만은 하지만, 해미읍성만 보기 위해 찾아 오기엔 볼거리가 별로 없습니다.

개심사 가는길, 국내 최대의 목장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Tory는 다음 목적지인 개심사에 대해서도 미심쩍어 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본 개심사에 대한 사람들의 평은 상당히 좋았기에 Mani는 자신만만했죠. 해미읍성에서 당진으로 가는 지방도를 타고 개심사까지 가는 길은 참 독특합니다. 산은 산이되, 초록 풀로 뒤덮인 산이, 사람 엉덩이 처럼 둥글둥글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산이라기 보다는 높은 언덕이라고 해야 할까요. "무슨 산이 저래?" 하면서 신기하게 보다가, "개심사 가는 길에 풍경 좋은 목장이 있다는데..바로 저게 그 목장이구나.."하고 알아차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아차렸다"는 표현을 썼듯이 처음엔 전혀 목장인줄 몰랐습니다. "이 근처에 목장이 있다는데, 목장은 언제 나오는거야?"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계속 달려 온 그 길이 목장을 끼고 도는 길이었다는걸 몰랐던 건 목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밋밋하기 때문이었어요. 다녀 온 사람들 말에 의하면,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서구적인 풍경이 볼만 하다는데 소들은 간데 없고, 민둥민둥한 초원만이 있을 뿐입니다. 아마 봄에 오면 좋은 풍경을 볼 수 있나봐요. 벚꽃이 필 때 쯤이요. 그 때 다시 와봐야겠네요. 어쨌든 638만평이나 되는 국내 최대의 목장의 풍경은 나무가 빼곡한 산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니 볼만은 합니다.

개심사

길이 끝나고 조그만 마을이 나타났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이때가 7시40분경.

식당 두 개, 슈퍼 하나, 기념품점 하나.. 이게 입구에 차려진 가게의 전부입니다. 여느 유명한 사찰주변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죠? 기념품 사라고 소리치는 사람도 없고, 동동주 마시고 올라가라고 잡아 끄는 사람도 없습니다. 깨끗한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왼쪽으로는 산이, 오른쪽으로는 산을 개간한 밭과 농부, 그리고 민가가 보이는 작은 시골마을이 있습니다. 그렇게 시멘트길을 조금 걷다 보면 작은 주차장 하나가 더 나옵니다. 여기까지 차를 갖고 들어와도 되겠지만, 보행자를 위해 차량을 삼가해 달라는 표지판이 있었으니 될 수 있으면 차를 놓고 오는게 좋겠죠? 여기까지의 거리도 아주 짧아요. 차를 놓고 한적한 시골길 걸어보는 것도 좋지 않겠어요? 작은 주차장을 기점으로 시멘트길은 끝나고 이제부터 산길입니다.

세심동(洗心洞)과 개심사입구(開心寺入口)라 쓰인 낮은 돌 사이로 산을 오릅니다. "마음을 씻는 동네에, 마음을 여는 절"이라.. 이상한 나라의 폴 처럼 이 돌 너머 산길로 들어가면 이상한 나라로 빠져들 것 같았습니다. 마법의 세계가 아닌 천상의 세계로요. 깨끗한 마음의 신선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약 5분쯤 구비구비 돌 계단을 올라 가는데, 이 돌계단이 참 운치 있습니다. 분명 사람이 만든 인공물 일텐데 마치 처음부터 산과 함께 있었던 것 처럼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올라갈 때는 눈에 잘 안들어오지만, 내려올 때 보면 휘어진 계단길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답니다. 다람쥐와 청솔모가 나무를 오르내리고, 나비가 우리 뒤를 졸졸 따라 날아옵니다. 소나무 향이 그윽하고요.. 개심사로 오르는 길은 이렇듯 참 편안합니다.

개심사 입구에는 연못이 하나 있어요. 이 산은 코끼리의 형상과 같아 "상왕산(象王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코끼리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절을 지을 때 일부러 연못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여행사이트에서 본 개심사 연못 사진에는 통나무 다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리가 없네요. 단지 다리가 있었을 법한 자리에 돌 기둥 만이 남아있어요.

호수를 뒤로 하고 위로 올라오면 범종각이 눈에 띕니다. 지붕을 받치고 있는 기둥을 한번 보세요. 엿가락 처럼 휘었죠? 통나무 원형 그대로 갖다가 기둥으로 세워서 그렇답니다. 있는 그대로 꾸미지 않은 모습이 마음을 한결 여유롭게 해요.

범종각 맞은편에 안양루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판에 쓰인 <상왕산 개심사>라는 글씨가 매우 힘차고 정갈하죠? 근대의 명필 해강 김규진 선생이 전서체로 쓴 글이라고 합니다.

안양루 문틈으로 바라본 대웅전입니다. 이 작은 공간에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푸근한 느낌을 줍니다. 중앙에 대웅전, 왼쪽에 심검당, 오른쪽에 요사채와 명부전. 이 넓지 않은 공간에 네채의 건물이 한 가족 처럼 서로를 보듬고 있는 것 같았어요.

안양루 오른쪽에 있는 해탈문을 지나 안마당으로 들어서면 작은 5층 석탑과, 보물 제 143호로 조선초기의 건물인 대웅전이 중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당연히 제일 먼저 눈에 뜨이지요.

 그런데, 대웅전의 왼쪽으로 자리한, 눈에 잘 뜨이지 않는 심검당 이라는 건물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화려한 원색이라곤 하나도 쓰이지 않아 눈에 잘 안뜨이고,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 이 건물은 대웅전 보다도 더 오래된 건물로 기둥에 쓰인 나무들이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세워져 있습니다.

아까 본 범종각에서와 마찬가지지요. 화려하지 않아도 사람의 눈을 저절로 잡아 끄는 그 고풍스러운 멋에 감탄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다듬지 않고 자연과 동화하는 개심사의 넉넉함도 함께 느낄 수 있고요.

 

이른시간이라서 절 내에는 저희밖에 없었습니다. 마침 문을 열고 나오시는 보살님 한분을 보긴 했지만, 수줍은 듯 미소로 인사하시고는 총총걸음으로 사라지시네요. 개심사에서는 원래 사람을 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관광객 말고 절에 상주하는 스님이든 보살님이든..)그만큼 조용한 절, 차분하고 편안한 절, 내세우지 않는 소박한 절 입니다.

개심사에서 마지막으로 들러보아야 할 곳은 해우소입니다. 절에서 멀찌기 떨어진 숲속에 서 있는 이 화장실은 남녀가 따로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안에는 문도 없이 얕은 나무 판자로 칸막이가 쳐져 있어 개방되어 있는 셈이고, 어두침침한 실내에 밑으로는 깊이가 꽤 깊어 들어갈 용기가 나지는 않더군요. 해우소는 깨끗한 편이지만, 화장실이기에 어쩔 수 없이 파리와 각종 벌레들이 많이 꼬여서 해우소까지 가는 길이 꽤 좋은 산책길 임에도 다시 걸어 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 하지만, 꼭 한번 들러볼 만한 곳입니다.

 

개심사에 도착했을 때는 세현이가 잠이 들어서 세현이를 안고, 업고 힘들 게 구경했는데, 다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세현이가 잠에서 깨 다시 개심사로 올라가 한번 더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열리는 곳 <개심사>, 적극 추천하고픈 절입니다. 이렇게 두 번을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내려왔습니다.

고목나무 식당

아침을 먹어야 할 텐데요. 개심사 주차장 근처에는 가야산장과 고목나무 식당.. 이렇게 두 개의 식당이 있는데 고목나무 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이제 막 화장하고 머리빗고 계시더라구요. 밥은 9시 이후에나 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밥이 바로 나올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슈퍼 앞에 있는 평상에 앉아 휴게소에서 먹다 남은 소세지빵과 삶은 고구마를 먹으며 그냥 아침을 이렇게 때울 것인가 하고 생각을 좀 했죠. 그런데 그 평상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으려니, 이런게 피서로구나.. 싶더라니까요. 여름날씨인데도 전혀 덥지가 않았어요. 이 동네 사람들은 여름을 모르고 살겠다 싶었죠. 그렇게 잠시 평상에 앉아 이제 막 도착해 개심사로 오를 준비 하는 사람들을 여유롭게 바라보았습니다. "좋은 구경 하실겁니다~" 하고 속으로 말해 주었죠. 아마 저희가 오늘 아침 개심사를 오른 첫 손님(?)이었을 거에요. 아침 일찍 시작하니, 모든게 다른 사람들 보다 한발 빠른 여행입니다.

이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죠. 차를 막 타려고 하는데.. 그런데 아침은 어디서 먹어야 하지? 고목나무 식당이 맛있다던데, 여기서 꼭 먹고 가야 할텐데.. 그냥 뜨기가 아쉬워서  9시가 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하고 시계를 보니, 그 때가 9시 10분전이지 뭡니까? 전 9시가 되려면 한참 남은줄 알았어요. 아침을 너무 일찍 시작해 아직도 새벽같은 기분이었었나봐요. 그냥 고목나무 식당에 앉아 주인아주머니가 준비 될 때까지 기다려도 될 시간이었는데... 그래서 다시 고목나무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더덕구이 정식을 시키고 싶었는데, 주인아주머니는 냉장고를 살피더니 어제 다 팔아서 재료가 없다고 하십니다. 오늘 장을 봐 와야 한다는군요. 된장찌개와 비빔밥을 시키고 기다리면서 조금 불안했습니다. 어제 장사하고 정리가 덜 된 부엌에 아주머니도 이제 막 준비가 되었고.. 과연 식사가 제대로 나올지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 했습니다. 된장찌개는 시골 된장찌개맛 그대로였고, 참기름을 넉넉히 두른 비빔밥은 아주 고소했습니다. 게다가 밑반찬과 김치는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소박하고 청량한 맛이었습니다. 각각 5천원 이었는데, 같은 값이라도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자연의 맛이었습니다. 비록, 두부부침이나 고등어조림등은 어제 남은 것 데워서 주신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맘에 드는 식사였습니다. 뚝딱 차려 나오신 아주머니도 신기했어요. 마당 한켠 원두막 아래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먹는 밥은 참 맛이 있었습니다. 식사 때라면 한번 쯤 들러보심을 권해드립니다. 흡족한 표정으로 고목나무 식당을 나서니 가야산장 앞에서 칡술을 팔고 있었습니다. 막상 칡술장사는 가만히 있는데, 옆에서 동네분이 칡술을 자랑하십니다. 양주보다도 귀한술이라고.. 양주는 아무리 고급이어도 돈만 주면 어디서든 살 수 있지만, 칡과 온갖 양재가 들어간 이 술은 쉽게 구 할 수 없는 귀한 술이라고.. 양가 부모님께 하나씩 드리려고 두 개를 기념으로 샀습니다. 그리고 다음 장소인 갈음이 해수욕장으로 이동했어요.

갈음이 해수욕장

이름이 참 특이하죠? 해수욕장 이름이 하도 안외워져서 <발음이> 이상하네.. 라고 외웠습니다. 연포해수욕장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습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병헌과 이은주가 소나무 숲에서 춤을 추는 장면을 찍은 곳이기도 하고 각종 드라마 촬영장소로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만리포나 몽산포 처럼 유명한 해수욕장은 아닙니다. 개장한지 4년 밖에 안되었고, 지도상에도 아주 작게 표시가 되어 있는 자그마한 해수욕장이거든요. 사유지라서 입장료를 받습니다. 1인당 4천원인데 샤워실, 수도사용등을 자유로이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소나무 숲이 울창해서 그 밑에 텐트들이 빼곡히 들어섰어요. 방갈로도 있구요. 우리는 돗자리 깔고 백사장 모래에 자리 잡았습니다. 날이 무척 선선했어요. 물 속에 들어가기는 조금 추운 날씨였습니다. 우리가 갔을 때는 물이 많이 빠져 있었는데 차라리 다행이었어요. 해수욕을 즐기는 대신 갯벌에서 신나게 놀 수 있었거든요.

갈음이 해수욕장은 모래사장이 200~300m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규모이고 백사장 주변을 소나무 숲이 둘러싸고 있어 더 아늑한 분위기입니다. 백사장 양 끝 쪽으로는 아름다운 절벽이 서 있습니다. 모래는 너무 부드러워서 아이들이 맘놓고 뛰어다녀도 좋구요. 두꺼비 집을 짓고 모래성을 쌓는데도 아주 좋습니다.

백사장에 앉아 수평선에 있는 아기자기한 섬들을 감상하는 것도 좋아요. 해수욕을 한다면, 수심이 완만해서 멀리까지 나가도 위험하지가 않아요. 무엇보다도 모래나 바다가 깨끗해서 좋았어요. 조개를 캐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여기는 바지락 같은 조개는 없고 다슬기 크기 만한 작은 고동이 많습니다. 세현이는 이 곳에서 너무 신나게 놀아서 집에 가기 싫다고 울기 까지 했어요. 어른도 재미 있는데, 아이는 오죽할까요.

그래서 아예 수영복 까지 갈아입히고 조금 더 즐기다가 다음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점심도 먹어야 했거든요. 갈음이에서 머문 시간은 11시30분부터 3시까지 였습니다.

안흥항

갈음이 해수욕장에서 조금 차로 이동하면 바로 안흥항이 나옵니다. 신진도를 잇는 신진대교라는 다리가 있는데, 그 다리를 건너기 전이 안흥 내항, 다리를 건너면 안흥 외항이어요. 사진에서 왼쪽이 내항, 오른쪽이 외항이죠. 다리를 건너 외항(신진도)에 먼저 들렀습니다. 뱃 시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분주한 항구의 분위기는 없었고, 그렇다고 정박한 배들이 꾸미는 아름다운 항구의 풍경도 없었어요. 갯벌의 비릿함에 주변 음식점에서 나오는 하수구 냄새가 뒤섞여 약간 불쾌했구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신진대교 다리 밑에 돗자리를 깔고 삼겹살을 굽고, 밥을 해먹고 그러고 있더라구요. 낚시하는 사람도 많고, 물속에서 조개 같은걸 캐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안흥항 주차장에선 엿장사가 틀어놓은 시끄러운 뽕짝 리듬에 맞추어 나이드신분들이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너무 정신없는 풍경이었습니다. 밥 먹을 만한 마땅한 곳도 없습니다. 바로 차를 빼 다시 다리를 건너 안흥 내항으로 건너왔습니다.

처음부터 내항으로 왔어야 했어요. 이 곳에 온갖 횟집이 늘어서 있고 항구에선 생선도 팔고, 각종 건어물, 젓갈 가게가 늘어서 있는 곳이 내항이었어요. 내항 끝으로 들어가 횟집을 하나 선택해 들어갔습니다. 꽃게탕을 먹고 싶었는데 꽃게는 철이 아니래요. 7월 중순부터는 꽃게가 없고 9월이나 되야 배가 출항한다고 합니다. 하는 수 없이 매운탕을 시켜 먹었습니다. 솔직히 매운탕은 맛이 없었어요. 식당 선택을 잘못 한 것 같습니다. 친절하긴 했찌만요.. 하지만, 이 곳에서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죠 뭐.

식사를 끝내고 방파제 쪽으로 가봤어요. 안흥항 깊숙히 안쪽으로 들어가면 방파제가 있는데 그 곳에 빨간 등대와 초록 등대가 있어요. 깊숙히 들어가야 보이니까 이 곳엔 꼭 들러서 보도록 하세요.

안흥항 유람선

안흥항에서 유람선을 타기로 했습니다. 이때가 4시 40분경..서울로 그냥 출발할 까 하다가, 원래 이런거 타는거 별로 안좋아 하는데 세현이에게 배를 한번 태워주고 싶어서 타게 되었어요. 유람선은 안흥내항(안흥항)과 외항(신진항)에서 타는 방법이 있는데, 저희는 안흥항에서 21세기 관광 유람선을 탔어요. A,B,C코스가 있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냥 B코스입니다. 중간 거리 정도로 1시간 30분정도 배를 탑니다. 뱃시간이 정해진건 없고 인원이 채워지면 출발합니다. 최소 출발인원은 20명 이예요. 저희가 타고나서 배는 바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바다로 한참을 나갔는데 불상사가 생겼어요. 탑승객 중 한 아이가 아빠가 휘두른 낚시 바늘에 찔리는 사고가 생겼죠. 너무 끔찍했어요. 그래도 아이는 침착하게 잘 참더라구요. 병원에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하는 수 없이 배는 다시 항구로 돌아오고, 선장아저씨는 표정이 굳었습니다. 네식구나 되던데, 1인당 12,000원이나 되는 유람선비 날리고, 아이는 다치고.. 참 오늘 일진이 안좋은 가족이었어요. 그들을 항구에 내려주고 배는 다시 출발. 그 가족 때문에 시간을 너무 허비해서 어쩔 수 없이 원래 코스에서 한두군데는 못돌겠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괜히 손해보게 되었네요. 유람선은 신진도 주변의 섬과 기암괴벽을 소개합니다. 지금 Tory와 세현이 뒤로 보이는 것이 독립문 바위예요. 왼쪽편 바위에 구멍이 뚫려있죠?

옆에 보이는건 사자바위입니다. 우리는 지금 신진도 주변을 돌면서 바다를 구경하는건데, 신진도는 중국과 가장 가까운 섬이라고 해요. 선장아저씨가 중국과 연관된 이 바위에 얽힌 전설을 이야기 해주셨는데, 마이크가 윙윙거려 잘 안들렸어요. 다만, 사진에서 보이는 맨 왼쪽 바위는 중국을 향한 거북이 인데, 맨 오른쪽 바위인 사자의 몸통이 우리나라 땅을 향하며 육지로 가자고 하는 내용이 담긴 바위라고 하는 얘기는 인상적이었어요. 중국땅을 바라보며 태안반도를 지켜준다는 전설의 바위래요.

왼쪽편에 붙은 바위가 사람 옆 얼굴 같죠? 코바위라고 해요. 독립문 바위나 사자바위, 코바위 는 모두 가의도 라는 섬 근처에 있어요. 유람선 코스 중 유일하게 유인도인 가의도는 30호에 인구 60명 정도의 작은 섬이지만 섬 사람들이 모두 부자래요. 5000만원에서 1억정도 하는 배를 한척 이상 갖고 있고, 모두 육지에 땅을 가지고 있는 부자들이라고 하더라구요. 배에 탄 사람들이 모두 부러운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A코스를 타면 섬에 내릴 수가 있다고 하는데, 한가로운 해수욕장이 외국의 한 무인도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아름답더라구요.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가의도 해수욕장에 들러서 하룻밤 묵고 해수욕도 해봐야 겠어요.

마도에 있는 여자바위에요. 이 곳 전설은 잘 못들었지만,  아무튼 바위가 여성의 은밀한 곳을 상징한데요. 양 다리 사이의 그 곳 이라고, 남자에게는 없고, 여자에게만 있는.. .. 뭐 이런식으로 선장 아저씨가 누차 말씀을 돌려가며 강조하며 얘기한 바위입니다. 얘기를 돌려가며 하긴 했지만, 그걸 설명하느라고 선장아저씨는 계속 반복해서 강조 하셨는데.. 정말 웃겼어요. 근데, 정말 바위 모양이 여자 바위라는 이름이 붙을만큼 너무 똑같죠?

배는 이렇게 신진도 주변을 돌고 항구로 돌아오며 마지막으로 갈음이 해수욕장을 멀리서 보여줍니다. 선장아저씨가 그 해수욕장을 극찬하시더라구요. 조금전까지도 우리가 머물던 갈음이 해수욕장을 먼 풍경으로 바다위에서 바라보니 색달랐어요. 기회가 되면 한번 꼭 가보세요~ 하셨는데, 저희는 이미 다녀왔다구요.. ^^

돌아오는 길과 낙조를 보지 못한 아쉬움

불상사로 지체된 시간까지 해서 2시간 가량을 배를 탔네요. 항구에 내리니 6시 30분. 이번 여행이 너무 재미있어 저희는 욕심을 내서 한군데 더 들르기로 했습니다. 마애삼존불을 보러 출발했지만, 역시 지나친 욕심이었어요. 해는 서서히 지고, 차는 막히기 시작하더라구요. 서울로 올라가려는 차들로 말이에요. 서산 시내를 지날 때는 찜질방에서 피로를 풀며 하루 자고 갈까도 생각했습니다. <보석찜질방>이라고 아주 큰 찜질방이 있었어요. 시설이 어마어마 했어요. 하지만 그냥 가기로 결정. 그렇게 아쉽게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마애삼존불을 볼까, 찜질방에 갈까.. 등등을 고민하지 말고 유람선에서 내려 바로 갈음이 해수욕장으로 다시 갈걸 그랬다는 아쉬움. 어차피 표는 하루권으로 끊었으니까요. 다시 가서 서해안 낙조를 보았다면 정말 완벽한 여행이 되었을 거에요. 참 아쉬웠습니다.

 

이번 여행은 꽤 만족합니다. 모처럼 만의 여행이라서 즐거웠기도 하지만, 하루 안에 꽤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한 것 같아요.

개심사와 갈음이 해수욕장은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여러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어요.

*개심사는 벚꽃이 피는 계절에 다시 가보고 싶구요.

*가의도 섬 내에 해수욕장에 여름에 한번 가보고 싶어요.

*유람선을 탈 때는 새우깡을 준비해 보는 것도 좋겠어요. 갈매기를 가까이 할 수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이번여행에 도움이 되었던 사이트 정리합니다.

서산시청 관광안내 http://seosan.chungnam.kr/tour

태안군 관광안내 http://www.taean-gun.chungnam.kr/

주말에 닷컴 여행사이트 www.joyrex.co.kr (테마여행 코스)

투어가이드 www.tourguide.co.kr (명소에 대한 소개와 명예기자의 경험담)

네이버여행 http://travel.naver.com (국내여행 중 당일여행 정보)

유람선정보 http://shinjindo.com  (신진도에서 타는 유람선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