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밤기차 타고 떠난 일출여행 추암

 

새 세기, 새롭게 떠오르는 해

원래 이 여행은 일몰여행에 대한 답신으로 마련된 여행이었습니다.  제부도에 가서 본 해가 1999년의 마지막 해. 그 여행에 대한 답신으로 2000년의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자 계획한 여행이 바로 이 여행이었다는 거죠. 원래는 1월 1일에 같이 보았어야 했는데, Y2K 때문에 새해 첫날에 회사에서 근무를 했어야 했기에 좀 늦어진 여행이었습니다. 어쨌든 1월안에는 가려고 했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또 못 가게 되었고 2월에야 비로서 가게 되었습니다.

2000년 2월 25일 금요일. Tory는 비행기로 서울에 왔습니다. Mani가 차로 마중을 나왔고 우리는 그 때까지도 차로 갈지, 아니면 기차로 갈지 결정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Tory의 차가 스틱이어서 Mani가 운전을 못하기 때문에 Tory의 차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고, Mani의 차가 오토여서 좋았지만, 기름을 많이 먹고, 또 차로 가는것 자체가 밤새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둘 다 피곤할 것 도 같고…. 아무튼, 공항을 벗어나 저녁 먹으러 가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여러 가지로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결국은 차는 좀 무리이다 싶어 기차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차를 Mani 집에 갔다가 놓고 오기에는 시간이 좀 모자라서 동환이더러 청량리역으로 나오라고 부탁했습니다. 동환이가 Mani의 차를 가지고 갔죠. 그리고 우리는 기차에 탈 수 있었습니다. 기억이 잘 안나지만, 기차 시간이 대략 11시 정도 였던 것 같네요.

동해로 가는 기차

예상대로 기차에는 일출을 보러가는 사람이 많아서 시끄러웠습니다. 우리 옆에 있는 아줌마들은 자리를 마구잡이로 이상하게 앉아서 Tory가 앉아있는 자리의 팔걸이에 앉아있는 아줌마도 있었습니다. Mani와 둘만의 조용한 자리를 원했던 Tory는 좀 실망했지만, 그래도 어떡하겠습니까? 기차가 Tory것도 아닌걸요.

우리는 맥주 한캔 씩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밤이 깊어가면서 Tory는 점점 피곤해졌고 잠이 들었습니다. Mani도 잠을 좀 잔 것 같습니다.

목적지인 동해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에서 5시 정도.

이상하게 동해에서 내리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기차에 탄 사람 모두 동해로 일출보러 가는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그 많은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있었던 걸까요?

동해역 앞 식당에 들어가 아침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역앞에서 택시를 타고 추암으로 들어갔습니다.

추암에 도착하다

추암에 도착하자, 새벽이라 깜깜해서 경치도 잘 보이지 않았고, 바다소리와 냄새로 바다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가로등 조차 없는 바닷가는 암흑천지였습니다. 그런데, 일출을 보러 온 사람들이 바닷가에 꽤 있었고, Tory와 Mani는 자판기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바닷가로 갔습니다. 바닷가에 서있는 데 매우 추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가지고 온 옷을 가방에서 꺼내서 한겹씩 더 입었던 기억도 납니다.

일출

일출을 보기 위해서 언덕위로 올라갔습니다. 작은 동네 뒷산 같은 곳인데, 그 곳에 올라가서 보는 일출이 멋지다고 합니다. 그 유명한 촛대바위도 볼 수 있구요. 모든 TV방송이 끝난 후 애국가 나올 때, 해뜨는 장면이 이 곳 추암에서 찍은 거라고 하더군요. 길쭉하고 뾰족하게 생긴 바위에 걸쳐진 해를 보면 촛불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해가 점점 뜨면서 사방이 환해지기 시작했는데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촛대 바위에 걸리는 해를 보러 왔는데 해가 보이지 않아서 실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여행 목적이 일출을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해를 못 본 아쉬움은 남지만, 추암은 일출 말고도 볼거리가 있었고, 또 탁 트인 바다를 보는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Tory의 계획은 해가 멋지게 딱~ 뜨면 Mani랑 커플링을 주고 받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는데, 해가 뜨지 않았으니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죠.

 하지만, 우리는 쫙 펼쳐진 바다가 보이는 절벽 위에서 커플링을 나누어 꼈습니다. 왼쪽 사진에 보이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반지를 나누어 끼며 멋지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옆에 사람도 많았고, 해도 안떠서 멋진 장면을 연출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추암에서의 일출은 끝났습니다. Mani랑 주변을 좀 둘러보고 나서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바다 바로 앞 마을에서 택시를 탈까 하다가 그냥 버스를 타기로 결정했습니다.  

시내까지 걸어 나오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이 좀 이상하군요. 버스가 도대체 언제 들어오는지 모를.. 그런 정류장이었습니다. 함께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하나 둘 포기하고 걸어가기 시작했고 우리도 버스를 포기하고 차가 올 만한 데 까지 걸어서 나가기로 했습니다. 무척 추워서 걸어가는데 힘들었습니다. 가는 중간에 Tory가 Mani를 업어주었는데, Mani가 잘 못 업는다고 Tory에게 핀잔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Tory는 Mani를 업어줬다는데 만족해서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조금 걸어가면 될 줄 알았는데 길이 보기보다 아주 멀었습니다. 우리는 아주 많이 걸어야만 했고 결국은 거의 시내까지 다 와서 삼척에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삼척 환선굴

다음 목적지는 삼척에 있는 환선굴. 버스를 타고 삼척 시외버스 정류장까지 온 우리는 환선굴까지 들어가는 버스로 다시 갈아 탔습니다. 새벽기차에서 내려서 그런지 많이 돌아다닌 것 같은 데도 시간이 얼마 안되서 일찍 환선굴로 갈 수 있었습니다.

 

특이하게도 환선굴은 산 중턱에 있습니다. 경사가 급해, 올라가는데 숨이 찰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길이 아주 잘 닦여 있어서 편했습니다. 그래도 노약자는 조금 가기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랫 만에 산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올라가는 길도 재미있었습니다. 산 중턱까지 올라가니 환선굴이 나타났습니다.

Tory는 굴에는 처음 와 보는 것이어서 개인적으로 기대가 많았는데 환선굴은 이런 Tory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환선굴은 석회암 동굴로 여러가지 많은 볼거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크기가 무지하게 커서 봐도봐도 끝이 나지 않아 한참을 구경하고 다녔습니다.

여러 가지 볼거리마다 각각 이름이 붙어 있는데 사람들이 거기다 붙인 이름이 정말 환상적더군요. 꿈의 궁전, 악마의 발톱, 지옥소, 만리장성, 사자상, 매달린 양등...  이름을 보고 실물과 비교해 보면, 어쩜 그리 이름을 잘 지었는지 재미가 더했습니다.

잠깐 둘러 볼까요?

왼쪽부터 차례대로

매달린 양

지옥소

옥좌대 입니다."

특히, 속죄의 다리인가.. 이름이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다리를 지나가면 자신의 지난 모든 잘못이 다 용서가 되니, 다리를 건넌 후 부터는 착하게 살라고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름도 특이하고 모양이 아주 특이해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이름이 잘 기억 나지 않아서 여기서 소개를 하지는 못하겠네요. Tory는 처음 와 본 동굴이어서 그런지 여러 가지로 볼 것도 많았고 재미가 있었습니다. 인공적으로 꾸민 티가 많이 나는 조형물들이 많아서 좀 아쉬웠지만 말입니다.

에필로그

삼척에서 서울로 올 때는 우등고속버스를 탔습니다. 차가 막혀서 저녁 늦게나 도착 할 수 있었습니다. 밤기차를 타고 여행해서 그런지 피곤했고, 오는 차 안에서 Mani는 계속 잠만 잤습니다.

지금껏 둘이서 떠난 여행 중에 가장 멀리 간 여행이었습니다.

 

새해들어서 처음으로 간 여행. 피곤했지만, 볼거리도 많았고 둘이서 밤차를 타고 가서 그런지 느낌이 새로운 여행이었습니다.  추암에서 날씨가 안 좋아서 일출을 보지 못해 좀 아쉬웠지만 오랫만에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말로만 듣던 굴이라는 곳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돌아다니는데 힘이 들었지만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돌아다닌 것이 대학 때 여행 갔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옛날 생각도 났습니다. 나중에라도 기회가 되면 날씨 좋을 때 와서 일출을 한번 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