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있는 가을 여행 석모도

 

하루 여행

2002년 11월 1일은 Tory네 회사 창립기념일 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2일은 첫째주 토요일이므로 Tory가 또 쉬는 날 이었습니다. 이틀연휴를 그냥 보내기가 아까워 Mani도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1박2일로 좀 먼 곳에 갈 것인가, 아니면 하루 코스로 서울 근교에 갈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은 하루코스 여행을 선택했습니다. 준비된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Tory는 공구(09)시 작전을 폈습니다. 9시에 무슨일이 있어도 집에서 출발한다는 작전이었죠. Mani는 전날 잠들기 전, 9시는 너무 늦다고 더 일찍 시간을 잡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일, 막상 일어나서 이것저것 하다보니 11시에나 집에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Mani는 도시락을 쌌고 그 사이 Tory가 석모도에 대한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았습니다.

 

올림픽 대로를 타고 김포까지 갔습니다. 가는길은 막히지는 않았지만, 신호등이 너무 많아 가다서다를 무지하게 반복했습니다. 김포는 신호등의 도시 같더군요.

Mani는 아침에 일어나서 몸이 찌뿌둥 하다며 여행가지 말자고 했습니다. 그래선지 차를 타고는, 멀미를 하는것처럼 속이 불편 하다고 했습니다.

강화도 외포리에서 석모도행 배를 타다.

1시쯤, Mani가 싸온 도시락으로 차 안에서 대충 아침 겸 점심을 때우고 강화도에는 2시쯤 도착한 것 같습니다. 도시락을 싸는건 재밌기도 하고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좋지만, 그냥 깔끔하게 사먹는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세현이를 데리고 좁은 차 안에서 국물 흘리지 않게 먹으려니 힘들고,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으며 남은 음식 때문에 구질구질하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강화도에서는 해안도로를 따라 아랫쪽 전등사 있는곳 까지 가고 석모도 가는 배를 타는, 외포리항까지 다시 올라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들어서 해안도로로 가지 못하고 내륙 도로로 가게 되었습니다. 기왕 가는 김에 경치 좋은 해안도로가 좋을 것 같아 다시 해안도로 쪽으로 가려 하다가, 석모도행 배는 30분에 한 대씩 밖에 안뜬다는데 벌써 2시이니, 다른데서 지체하다가는 섬도 제대로 구경 못할 것 같아 그냥 내륙도로를 타고 외포리 까지 갔습니다. 외포리에 도착하니 차들이 일렬로 줄을 서 있었어요. 배를 타기 위한 차들이죠.

 

Tory가 표를 끊어왔습니다. 운전사 포함한 차량 한 대에 14,000원 그외 성인 1인당 1,200원이었습니다.

주차장은 꽤 넓고 그 주차장 중 1/4가량의 땅에 차가 들어서 있었습니다. 대략 4~50대 가량이 있었던 것 같은데, 배가 아마 무척 큰가 봅니다. 막상 배 안으로 들어서니 그리 큰 것 같지는 않은데 내실있게 차들이 많이 들어가네요.

 

아~ 드디어 석모도로 갑니다.

배를 따라오는 갈매기

석모도로 가는 배는 갈매기떼로 유명합니다.

새우깡을 던져주면 바로 앞에까지 와서 받아먹습니다. 차를 아래층에 세워놓고 세현이를 든든하게 옷입히고 2층 배 갑판위로 올라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우깡을 하나씩 들고 있더군요. 우리는 미리 집근처에서 새우깡을 사갔는데, 항구에서도 많은 새우깡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진짜 신기하게도 배가 출발하니 바다위에 앉아있던 갈매기들이 일제히 일어나 배에 따라 붙습니다. 누가 처음에 이렇게 갈매기들을 길들여 놓았을까요.

던지는 새우깡을 잘도 받아먹습니다. 갈매기의 생김이 자세히 관찰 될 정도로 가까이 붙습니다. 히치콕 감독의 새처럼 좀 섬뜻하기도 합니다. 갈매기들은 사람을 보지 않고 배가 나아가는 방향, 앞쪽만을 보고 날아갑니다. 그러다가 새우깡이 날라오면 덥썩 뭅니다.  옆이건 뒤건, 앞이건.. 어디서 날아오건 어떻게 아는지 순간적으로 척! 받아 먹습니다. 후각이 발달한 걸까요? 박쥐처럼 초음파를 발 하는건 아닐텐데요..

바닷바람이 무척 셌습니다. 오리털 파카까지 든든하게 챙겨입은 세현이도 추운지 얼굴이 얼얼해져서 정신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갈매기떼에 새우깡 던지랴, 사진찍으랴 정신을 팔려 미처 신경을 못썼는데, 나중에 찍은 사진들을 보니 세현이 얼굴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배타는 시간은 조금 짧다싶게 적당했습니다. 15분정도 탔는데, 갈매기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라 시간이 금방 가는 것 같았습니다.

석모도 도착... 풍경

석모도에 도착해서, 거의 하나의 길이 나 있는데 그 길을 따라 주욱~ 내려갔습니다. 옆으로 해변을 끼고 달리는데, 그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죠. 어느정도 가니 내리막길에서 저 앞 너른 평야와 바다가 보이는 곳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 몇장 찍었습니다. 너른 평야와, 맑은 하늘과, 억새를 배경으로...한가로운 풍경입니다.

보문사

다시 달렸습니다. 얼마 안갔는데, 어느새 섬의 끝에 왔나봅니다. 서울로 가는 길이 표시된 이정표가 나옵니다. 우리가 가기로 한 보문사를 벌써 지나쳤나?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오니, 조금전 우리가 지나오면서, 무슨 음식점이 저리 많을까.. 하던 바로 그곳이 보문사였던 겁니다. 석모도는 정말 조그만 섬입니다. 조금 달리니 섬끝이 나올 정도로요.

보문사 입구에 왔는데, 차가 이상했습니다. 시동이 저절로 꺼지는 것이었습니다. 어? 왜 이러지? 다른 이상증세도 없는데.. 보문사 주차장 까지 가는데 시동이 세네번은 꺼졌습니다.

이래서 불안해서 차를 타겠습니까. 주차장에 세워놓고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습니다. 좀 멀리있다고 했더니, 그 상담직원 왈. "어딘데요? 섬만 아니면 다 되요.." 엥? 우리가 지금 섬에 있는데 어쩌란 말이냐구요..

 

섬 안에서 이런일이 발생하다니 난감했습니다.

시험삼아 주차장 안을 몇바퀴 돌았습니다. 별 이상이 없었습니다. 이번엔 시동꺼지는 일도 없었습니다.

아까는 왜 그랬을까요?

미심쩍지만 일단 먼저 보문사에 들어 갔다 오기로 했습니다.  

보문사는 1인당 입장료를 받습니다.1,500원 정도 한 것 같은데 조계종 신도증이 있으면 무료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신도증을 만들어야겠습니다.

 *보문사 www.bomunsa.net

일주문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절 까지는 조금 경사 진 길을 300여m 올라가야 합니다. 세현이 업고 그 길을 올라가는데 죽는 줄 알았습니다. 10여kg 되는 아이를 안고, 업고 가자니.. 다리에 모래주머니 차고 달리는것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사찰 단지는 자그마하니 아늑했습니다.

크지 않은데도 갖출 건 다 갖춘, 참으로 아기자기한 절 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석실쪽으로 갔습니다. 커다란 바위 안쪽에 법당이 모셔져 있습니다. 마치 석굴암처럼요. 절은 세 번하는거라고 배웠으니, 이제 절 못해서 절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Mani는 세현이를 Tory한테 맡기고 절 안으로 들어가 불전함에 돈을 넣고 절을 세 번 했습니다. 수능을 몇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쉬지 않고 절을 하는 아주머니들도 많았습니다. 절을 하고 나니 맘이 조금 편했습니다.

밖으로 나와서 오래된 향나무를 감상하고, 맷돌이 있는 쪽으로 갔습니다. 꽤 유서깊은 맷돌인데 옛날 이 절의 스님과 그곳에 오는 보살들이 이 맷돌로 밥을 해먹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직접 사용하지는 않고 전시만 하고 있습니다. 맷돌 위에는 자그마한 동자승 인형들이 많이 올려져 있습니다. 색색의 인형이 귀여운지 세현이가 그곳을 떠나지 않으려 해서 애 먹었습니다.

대웅전과 기타 등등을 감상하고 마지막으로 사찰의 입구 한켠에 있는 은행나무 아래서 Tory와 세현이는 햇살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찰칵!

옷은 겨울이지만, 사진은 따뜻한 봄날 햇살아래 부녀입니다.

보문사 입구에는 노점상들이 석모도 특산물을 팔고 있습니다. Mani는 순무 만원어치를 샀습니다. 게장도 좋아해서 사고 싶었지만, 사지 않았습니다. 살아서 움직이는 게를 바로 간장에 담아서 팔고 있었는데, 신선도를 자랑하려 그랬는지 몰라도 날어패류를 그렇게 파는게 왠지 못미더웠거든요.

삼량염전

보문사를 나와 다시 차를 몰고 가는데, 다행히 차는 별 말썽을 안 부렸습니다. 이번엔 민머루 해수욕장으로 갔습니다. 석모도에는 해수욕장이 두서너개 있는데, 민머루 한군데만 들려도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이정표를 따라 찾아 갔는데, 민머루로 들어가는 입구에 펼쳐진 염전은 장관이었습니다. 그런 염전을 가까이서 본건 처음이었습니다.

석모도 특산물로 소금을 사갈까 했습니다. 하지만, 날이 추워서 그런지 소금을 판다는 수 많은 창고는 사람도 없고, 소금도 없었습니다. 단지 문의전화만 크게 쓰여있을 뿐이었습니다.

많이 살것도 아닌데 일부러 전화해서 불러내는 건 미안했습니다. 

민머루 해수욕장

민머루 해수욕장은 입구가 따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잘못 들어온거 아닌가 의심했을 정도로 길이 좁고, 입구도 너무나 한산 했습니다. 한마디로, 정비된 해수욕장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철이 지나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너무도 적막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해수욕장. 우리 뿐입니다. 바람까지 많이 부는군요.

혹시나 있을 조개를 캐갰다고 숟가락이랑 양푼 하나 들고 갯벌로 갔습니다. 지난 번 안면도여행 때 비가 오는 바람에 조개를 많이 못캔 한을 풀겸, Mani는 Tory에게 갯벌에 들어가서 조개 캐오라고 했습니다. 싫다고 하는걸 억지로 보냈습니다. 민머루 갯벌은 안면도의 꽃지 갯벌 하고는 달라서 질퍽했습니다.

조개는커녕 신발만 버리고 말았습니다.

민머루 해수욕장에서 나오는길에 삼량염전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있는 일행을 보았습니다. 어느 회사에서 MT를 온 모양인데 날씨가 추워서 자전거 타는 모습이 측은해 보였습니다. 자전거가 이곳의 명물인가 본데, 날씨를 봐가며 타야할 것 같습니다. 다들 추운날 돈내고 고생이네요.

 

석모도는 가을여행, 겨울여행으로 적격인 것 같습니다.

왠지 음산한 분위기와 쓸쓸한 분위기..

게다가 오늘은 금요일, 평일이라 사람이 없어서 적막감은 더 했습니다.

Mani는 이런 분위기가 좋아 석모도가 참으로 맘에 드는데, Tory는 이런 분위기가 싫어 차라리 안면도가 더 낫다고 합니다.

Mani가 생각하기에는 분위기 한껏 잡고 여행하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배 시간에 쫓겨 바로 항구로 왔습니다. 배를 타기 위한 차들의 긴 행렬..

우리는 오후 6시 30분 배를 탔습니다.

차가 너무 많아 이번 배에 못 타는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탈수 있었습니다. 배는 작아 보이지만, 꽤 많은 차가 들어간다니까요.

석모도에서 다시 강화도로..

돌아오는 배에서는 2층 갑판으로 올라오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대부분 마을 주민들이 승선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갈매기에 새우깡을 주는 사람도 우리 뿐이었습니다. 아까 석모도 들어갈 때 던지고 남은 새우깡을 던져주고 나니 더 이상 줄게 없었습니다. 그래선지 돌아오는 배에선 갈매기가 그다지 많이 붙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몇몇 아저씨들이 올라와서 새우깡이 아닌 마른 미역 같은 것을 던져 주었습니다. 새우깡이 떨어져서 아쉬워 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되었네요. 다시 갈매기들이 조금씩 모여들었습니다. 갈매기떼를 구경하고 있는 Tory와 세현이의 모습을 찰칵!

강화도에 이르렀습니다.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갈까 하다가..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꽃게탕이 유명한데, 꽃게탕 먹자면 돈이 또 많이 깨질것도 같네요. 이런곳에 와서 잘하는 음식 한번쯤 먹을만도 하지만, 으.. 오늘은 왠지 돈이 자꾸 지갑으로 들어갑니다.

강화도 시내 농협에 들러서 순무김치 담근것과 게장 담근 것을 샀습니다. 이것이 오늘 여행에서 챙긴 마지막 특산물입니다.

오는 길은 엄청 막혔습니다. 금요일 저녁이니까요.

신갈 즈음에 도착한 시간이 9시 넘어서였습니다.